인도계 CEO 전성시대…스타벅스 구원투수에 나라심한

입력 2022-09-02 17:28   수정 2022-09-03 01:25


인도 출신 최고경영자(CEO)의 전성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의 최고경영자(CEO)인 인도계 미국인 락스만 나라심한(55)이 세계 최대 커피체인 스타벅스의 새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에 이어 소비재업계도 인도 출신이 휩쓸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라심한이 인플레이션, 노조 설립 문제 등 스타벅스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스타벅스는 나라심한을 차기 CEO로 영입했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나라심한은 이달 말 레킷을 떠나 다음달 1일부터 미국 시애틀에 있는 스타벅스 본사에 합류한다.

정식 CEO로 근무하는 것은 내년 4월부터다. 이때까지 스타벅스 창업자이자 임시 CEO인 하워드 슐츠가 자리를 지키며 업무를 인계할 예정이다.

나라심한은 유통업계 경력만 30년에 달하는 베테랑으로 꼽힌다. 1967년 인도에서 태어난 그는 인도 푸네대를 졸업한 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1993년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입사해 소비재 및 유통 담당 수석파트너로 활동했다.

2012년부터는 글로벌 음료기업인 펩시에서 글로벌 최고사업책임자(CCO)를 비롯한 요직을 두루 맡았다. 2019년엔 레킷으로 옮겨 레킷 설립(1999년) 이후 첫 외부 출신 CEO가 됐다. 그는 실적이 저조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레킷을 잘 이끌어나갔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슐츠는 나라심한에 대해 “강력한 소비자 브랜드를 구축한 경험이 풍부한 혁신적인 리더로 우리가 찾던 인물”이라고 했다.

그가 인도계 미국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미국에선 인도 출신 CEO가 늘어나고 있다. 구글(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사티아 나델라), 트위터(파라그 아그라왈), IBM(아르빈드 크리슈나) 등 빅테크를 비롯해 사모펀드 운영사 제너럴애틀랜틱(아제이 방가) 등 금융업체도 인도계 미국인이 꿰차고 있다.

지난해 말엔 인도 출신 영국인인 리나 나이르가 샤넬의 사상 첫 비(非)백인 여성 CEO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블룸버그는 “인도는 교육열이 높고 경쟁이 치열해 인도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것 자체로 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했다. 오랜 기간 영국 식민 지배를 받은 역사로 인해 인도 국민이 대체로 영어 구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라심한은 대내외적 악재에 휩싸인 스타벅스를 구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와 각종 재료비가 높아진 게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 2분기 스타벅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늘었지만 순이익은 21% 감소했다. 미국에 이어 스타벅스의 핵심 시장인 중국에서 실적을 회복시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분기 스타벅스의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바리스타들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퇴사자가 늘어나는 것도 해결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타벅스 바리스타의 25%는 90일 안에 직장을 그만두고 있다.

노조 설립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미국 스타벅스 직영 매장 9000여 개 중 노조가 설립된 곳은 한 곳도 없었지만 현재는 230여 개로 늘어났다. 마이크 헤일런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나라심한은 할 일이 쌓여 있다”며 “노조 결성 움직임이 거세고, 임금 인상과 비용 증가로 인해 스타벅스는 엄청난 마진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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